며칠 전부터 데스크탑이 이유없이 꺼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게임의 오류라고 생각했는데 혼자 아무것도 안키고 놔둬도 꺼지는 것을 보고 시스템의 오류임을 직감했습니다. S.M.A.R.T.등의 정보는 양호했고 가장 우선순위에 놓은 것은 Windows 손상이었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포맷을 진행했습니다.

일단 포맷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은 Windows Update입니다. 그런데 처음 시작부터 이상했습니다. 서비스팩 1을 설치하고 나니 중요 업데이트가 190개 가량 나타난 것입니다. 한번에 설치하라고 떠서 설치를 누르니까 다운로드가 몇십분째 진행이 안됬습니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취소를 누르고 업데이트를 딱 하나 선택하고 설치하니 설치가 가능했습니다. 그렇게 1개씩 다운로드 받고 설치하고 재부팅을 반복했습니다. 가끔 다운로드가 안되는 업데이트도 있었습니다. 그런 업데이트들을 건너뛰면서 하나씩 설치하다보니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들었습니다.

프로그램의 업데이트라는 것은 사실 diff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적용되야하는 업데이트가 있고, 나중에 해야 하는 업데이트가 존재합니다. 사실 정상적인 방법이라면 우선적으로 해야하는 업데이트를 먼저 제시해주는 것입니다. 그 업데이트를 하고 나면 불필요한 업데이트들이 사라져야 합니다. 그리고 diff가 너무 크다면 서비스팩 형태로 묶어서 배포했어야 맞습니다. 하지만 Windows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Windows는 무책임하게 190여개를 나에게 모두 던져주고는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 것입니다. 결국 난 업데이트 설치에만 7시간 가량을 투자해야했습니다.

나는 그렇다 치자, 일반 사용자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일반 사용자 앞에 업데이트 200여개가 눈 앞에 놓여진다면? 당연히 업데이트 안합니다. 뭐가 바뀌는지도 모르겠는데 매번 설치할때마다 재부팅까지 해야하는 업데이트가 200여개 있다고 하면 그 누구도 반기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내 주변 사람들은 상당수가 업데이트를 그냥 끄고 안해버리고 있었습니다. 업데이트의 측면에서의 Windows는 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Windows 10은 업데이트가 강제로 진행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이유는 업데이트를 꺼버리는 사용자들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을 채택하기까지의 MS는 미련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업데이트를 해야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기술문서라는 이상한 웹페이지에 일임하고 'Windows가 변경됩니다'라고만 설명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업데이트를 하면 어느 부분이 빨라진다던가, 업데이트를 안하면 어떤 해킹을 당해서 어떤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라던가 하는 정보를 전면적으로 보여줘서 업데이트를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하게 했어야합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아무도 업데이트를 하지 않게 된 Windows는 결국 강제 업데이트라는 강수를 둘 수 밖에 없었을 것이죠. 한심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상상의 영역인데, 내가 만약 Windows 10이 출시된 후에 사고 나서 상당히 긴 시간이 흐른 뒤에 컴퓨터에 OS를 재설치 한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럼 이번에 내가 Windows 7을 깔면서 200여개의 업데이트를 설치한 것 처럼 또 업데이트의 산맥을 만나야 하는걸까요? Windows 10이후에는 버전 명을 더 올리지 않는다는 소식 또한 있어서 더 암담할 뿐입니다.

p.s 이 글 작성 이후로 한 차례 더 포맷을 했는데, 업데이트를 안하고 방치했더니 어느날 컴퓨터 종료중에 업데이트 200여개가 동시 설치되는 기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