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이펍 출판사의 현지환님과 수다를 떨다가 "이런 내용의 책, 재밌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시리즈물로 제가 생각한 앞 부분만 살짝 연재해볼 생각입니다. 책으로 내보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제가 실력이 없으므로 안될겁니다. 만약 출판하게 되는 경우는 제이펍 출판사가 선점권을 갖습니다. 근데 이 글이 계속 연재될진 알 수 없...



진로 고민

4장까지만 읽고도 이미 멘탈이 나가서 전과 내지는 진로 변경을 고민하는 분이 없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현상이 현재 한국에서는 아주 당연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또한 매우 나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이 문제의 근원을 찾아봅시다.

1. 컴퓨터랑 친해지지 못해

대한민국 중고등학생은 대부분 컴퓨터를 따로 배우지 못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컴퓨터, 정보 시간이 대부분인데, 이것은 학교라는 틀에 메여있어서 자율적인 학습이 안됩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대부분 게임이라던가 여가를 위해서만 투자할 뿐, 컴퓨터랑 친해질 기회가 없습니다. 사실 그마저도 게임이나 여가를 위해 컴퓨터를 하는 것조차 공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부모님들이 하지 못하게 하기도 하죠.

2. 너무 늦은 직업 세계 탐구

대한민국 중고등학생은 대입이라는 대업 하나에만 몰두하게 만드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 결과 나머지 모든 이슈가 뒷전으로 되버리죠. 근데 문제는 이게 본말전도(本末顚倒)라는 것인데요, 어느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어느 분야에서 일할지를 먼저 생각한 뒤에 대입 등을 생각해야하는데 일단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인식이 자리잡아 버렸습니다.

3. 학교 이름과 취업률을 보고 고른 학과

대부분 대입을 명문대에서 가장 취업률이 높은 학과로 지원합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직업 세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까 그나마 가장 안전해보이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 결과 상당수의 사람들이 컴퓨터 관련 학과를 고르고, 고통을 받게 됩니다.

3-1. 전과 생각

심지어는 취업률이 낮더라도 다른 원하는 학과를 위해 전과 또는 복수전공 등을 생각하고 과를 정하기도 합니다.

4. 전공을 살려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대부분 대학에 가서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경영학과는 경영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식으로 말이죠. 이 전제는 매우 큰 오류가 있는데, 코난 오브라이언이 디트머스대에서 말했던 것 처럼, 이 논리대로면 철학과 학생들은 취직을 위해서 고대 그리스로 가야합니다. 하지만 전공을 살려야 취직에서 유리하다는 생각에 전공을 어떻게건 살리려고 하죠.

너무 나쁘다

너무 나쁩니다. 너무 나쁜 변수가 뒤엉켜 있습니다. 심지어 대부분이 외부적인 변수들이고, 이미 돌이킬 수 없게 지나가버린 변수들이라 손 쓸 방도가 없죠.

일단 해결 가능한 변수들을 독자 계층별로 추려보도록 하죠.

당신이 중고등학생이라면

당신에겐 아직 많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다 여러 직업 세계를 탐구해보세요. 직업 적성 평가 등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당신이 전과를 목표로 입학한 대학 새내기라면

전과하려는 과를 고른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세요. 자신이 생각한 조건이 어떠하건, 과 자체가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어떻게 졸업까지 버티겠습니까?

당신이 아무 생각 없이 입학한 대학 새내기라면

슬픈 얘기지만 전과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원하는만큼 여러번 할 순 없으므로 중고등학생들처럼 직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보세요.

당신이 새내기가 아니고, 전과의 기회도 놓쳤다면

아마 이 분들은 자신이 적성이 맞는지 아닌지 이미 강의를 들어본 경험으로 어느정도 알고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전과를 할 수 없다면 전공 살리기를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 해요?

위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유도 심문 같은 건데, "그래도 전과는 아니지" 라는 생각이 들고, 구체적인 대안이 떠오른다면 전과를 안해도 되실겁니다. 하지만 대안이 떠오르지 않으면 방법이 없습니다. 진로 고민은 사실 지금이 아니라 훨씬 더 어렸을 때 했어야 하는 일인데 늦게 하려니 더 아픈겁니다.

전공 살리기?

전공 살리기에 집착하는 컴퓨터 계열 학생이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 관련 학과만 졸업하면 졸업하는 시점에 이미 프로그래머로써 1인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될까요?

제 생각엔 아닙니다. 대학은 학술기관입니다. 직업 훈련소가 아니란 말이죠. 대학에서 익히는 것은 학문적 지식 배경이지, 직업에서 쓸 실제 기술이 아닙니다. 그래서 슬프게도 실제 프로그래머를 요구하는 직장에서는 대학만 갓 졸업한 신입을 데려다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한국의 대부분의 직장들은 뽑아서 바로 쓸 수 있는 프로그래머를 원하는데, 대졸자들은 대부분 그 정도의 경험이 없습니다.

경력 있는 신입

물론 경력 있는 신입이란 말은 매우 모순된 말이란 것에는 저도 동감합니다. 신입을 뽑아서 자기네 회사의 프로그램을 다루는 프로그래머로써 1인분을 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은 본디 회사의 역할이 맞으니까요.1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은 그런 투자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인턴을 무급으로라도 하려고 경쟁이 붙는 거겠죠. 슬픈 현상입니다.

그럼 어떻게?

인턴 등의 경험을 해볼 수 있으면 그것이 최선이겠지만 인턴도 어느정도의 실력이 필요합니다.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간에 직접 만들어보는 과정이 수차례 필요합니다. 일단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어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의 소스를 남들에게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인턴을 구할 수 있거나, 이미 인턴을 해본 수준 정도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전과를 하라고 말라고?

제가 이렇게 해라! 라고 답을 드릴 수 없는 문제란 것 또한 이미 잘 알고 계실겁니다.

직업을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유명세, 돈, 권력 등의 외적인 요소를 중요시 하는 분들도 계시고, 성취감 같은 내적인 요소를 중요시 하는 분도 계십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조언은 저울질을 잘 해보라는 말 정도겠네요. 혹시 저울질 중에 한쪽을 너무 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하고 있지 않은지 잘 살펴보세요. 과대평가인지 과소평가인지 모르겠다면 일단 이 시리즈를 좀 더 읽어보며 자신이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더 지켜봐도 되지 않을까요?


  1. 혹은 직업 교육소의 역할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대학의 역할은 아닙니다.